AFTER, IMAGE

2022.05.14.sat - 06.10.fri

spectrum gallery

Gwen Seol
solo exhibition

_A6A7071.jpg

   손가락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던 이미지들은 하지만 그것과 맞바꾼 뭉텅이의 시간처럼 한데 뭉쳐 벌써 어렴풋해졌다. 무언가를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옮길 때면 간신히 실루엣만 남은 뿌연 잔상이 두둥실 따라붙곤 한다. 마치 떠나지 말라는 듯이 눈에 매달리지만 깜빡임 몇 번에 금세 사라진다. 뭉글한 형상으로 얼핏 기억하는 잔상을, 그렇게 웅얼거리는 희미한 흔적들을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아채 캔버스에 뚜렷이 흡착시킨다. 네모난 화면이 까맣게 뒤덮이기 전 빛을 뿜어내던, 지난밤의 잔상들에 물감의 이름으로 색을 할당하고 순서와 투명도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미끄러져나가던 그것들을 붙잡는다. 다시금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이제 이미지가 옮겨진 캔버스를 바라본다. ‘무엇’보다는 ‘어떻게’가 먼저 보인다. 모두 와글와글 빈틈없이 꽉 채워져 있다. 이제 좀 더 훑으며 구분하고 구별해본다. 설고은의 캔버스는 두개의 요소로 구성되어있다. 갖가지 네모들과, 이리저리 활보하며 벋친 얇고 두꺼운 곡선으로 뒤덮여있다. 붓 대신 에어브러시를 거친 물감은 발려있다기보다는 입자로 흩뿌려져있고, 그렇게 형상들은 미약하게 울퉁불퉁한 캔버스의 표면을 메꾸어가며 안착된다. 선명하게, 혹 반투명할지라도 뚜렷하게 각자 자리를 차지한다. 같은 자리를 공유하며 겹을 이루더라도 물리적인 높이를 생성하지는 않는다. 쌓이고 쌓이지만 두툼해지지는 않는다. 대신 투사되듯 겹치고 겹쳐 캔버스 표면에 더욱 찰싹 달라붙는다.

​최지원, 시각미술가 글 일부 발췌

_A6A7123.jpg
_A6A7101.jpg
_A6A7136.jpg
스펙트럼갤러리_로고원본 [Converted].png